한 주간 중요 사건의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백브리핑입니다.
Q1. 사공성근 기자, 연쇄 성폭행범이 검거됐는데, 직접 취재하셨잖아요. 어떤 사건인가요?
사진 한장 보시죠.
지난주 서울 중랑구의 한 분식점에서 찍힌 범인 남모 씨의 사진입니다.
새벽 5시쯤 손님으로 들어온 남 씨가 흉기로 종업원을 위협해 성폭행을 하려다 실패했고 그 자리에서 도주합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 남성을 행적을 쫓았는데요.
알고 보니 추가 범행이 있었습니다.
분식점이 2차 범행 장소였고요.
앞서 서울 광진구의 노래방, 이후 경기 구리시에서도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날 새벽 4시간 동안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만 3명의 여성이 피해를 당한 겁니다.
Q2. 다행히 붙잡혔고 구속됐죠?
구속영장실질심사 당시 화면부터 보실까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은 안 했습니다.
[현장음]
"(성범죄 저지르려고 한 이유가 뭡니까?) …."
"(중년 여성만 노린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남 씨의 행적을 쫓다가 범행 당일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구했는데요.
운좋게 현장에서 그 일대 CCTV 수십대를 관리하고 있는 건물주를 만났습니다.
3차 범행 직후 1시간이 조금 지난 시점인데요.
남 씨가 상가 골목을 배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인근 술집과 노래방, 당구장을 돌아다니는건데요.
3차 범행도 성에 안 찬 건지, 남양주로 옮겨 추가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겁니다.
Q3. 세번의 성범죄 이후 또 다시 범죄를 찾아 돌아다녔다. 왜 그런걸까요?
일반인의 사고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성욕을 주체할 수 없었고, 성범죄를 목적으로 여성이 혼자 있는 곳을 찾아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취재해보니 남 씨는 성범죄 전과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중년 여성을 상대로만 범행을 저질렀는데, 성도착증이 작용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Q4. 근데 짧은 시간에 이런 많은 곳을 돌아다닌 것도 의아하거든요?
이 사건에서 특이한 점인데요.
경찰에 물어보니 남 씨는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 배달원이었습니다.
[2차 범행 목격자]
"기다렸나 봐요, 오토바이 타고. (피해 여성이 쓰레기를) 다 가져다가 내보내고 들어오는 데 따라오더라고, 그 사람이."
배달용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장소를 옮겨가며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평소 배달을 하면서 상가들의 위치를 익히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추가 범행을 노렸던 남양주의 경우 골목에 노래방과 당구장이 밀집돼 있었습니다.
앞선 범행장소와 비슷한 곳이죠.
자신이 평소에 알고 있던 곳을 범행장소로 정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6. 사실 배달원이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직업이잖아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고요.
네, 영화 극한직업에서는 강력반 형사들이 배달원으로 변장해 수사를 하는 모습도 나오죠.
하지만,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는 성범죄자 배달원의 배달을 막아달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성범죄자는 신상정보가 거주지 인근 주민들에게 우편물을 통해 공개되잖아요.
우편물에서 봤던 성범죄자가 어느날 동네에서 배달을 하고 있었다는 거죠.
Q6. 당연히 일반화해서는 안 되겠습니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원과 직접 마주쳐야 하니깐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잖아요.
조 앵커는 배달앱 사용하시나요?
지난해 기준으로 배달앱 시장만 3조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거의 해마다 2배씩 늘어서, 5년 전에 비해 9배나 늘었는데요.
당연히 배달원도 늘었났을텐데, 정부가 그 숫자를 추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숫자가 파악되어야 관리가 되고 법도 만들텐데,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죠.
Q7. 그렇다면 지금은 법적으로 성범죄 전과자의 배달을 막을 순 없다는 건가요? 다른 업종도 그래요?
현행법상 성범죄자는 택배 배달을 할 수 없고, 택시면허도 취득할 수 없습니다.
20년 동안 관련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한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배달은 예외입니다.
오죽하면 배달노조원들도 전체 배달원 자체가 위험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라 답답하다는 입장입니다.
Q8. 성범죄자의 배달이 허용된다면 혼자 사는 여성분들은 불안할텐데요?
네 여성이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무려 11배나 높습니다.
강간미수 논란으로 충격을 준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이 5월, 6월에도, 또 지난달에는 경찰이 여성을 미행한 일도 있었죠.
이런 범죄가 해마다 3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성범죄자가 배달올 경우 우리집 대문을 내 손으로 열어주는 게 되잖아요. 사실 많이 무섭습니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된다고 하니, 빨리 처리되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백브리핑, 사공성근기자였습니다.
